SpendOps의 뜻과 사례 – 실리콘밸리식 지출 전략 운영법 (Ep.2)
반복되는 지출과 승인 누락, 그리고 중복 요청… 경영지원팀이 매일 마주하는 이 문제들을,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어떻게 해결하고 있을까요?
지출을 단순한 ‘관리’가 아니라 전략적인 ‘설계’로 접근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 전략의 이름, SpendOps의 정의, 그리고 실제 현업에서의 활용사례를 살펴봅니다.
💡SpendOps가 왜 중요한지 궁금하다면? → 1편 보고오기
지출관리의 숨겨진 문제들
지출 안에 숨은 맥락을 놓치고 있지 않나요?
기업에서 발생하는 지출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다양한 문제들이 숨어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크게 세 가지 문제상황을 소개해보겠습니다.
구매 단계의 단절으로 생기는 악순환
기업의 구매 과정은 퍼즐 조각처럼 흩어져 있습니다. 구매요청은 슬랙이나 이메일로 들어오고, 승인 기준은 부서나 지점마다 서로 다르죠. 법인카드와 세금계산서로 나뉜 결제방식부터 엑셀로 따로 정리하는 정산까지. 각 단계가 서로 연결되지 않아 승인 누락부터 중복 결제, 정산 지연, 예산 초과의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숫자 뒤에 가려진 지출의 진실
이런 단절된 시스템 속에서 모든 부담은 실무자가 지게 됩니다. 월말에 회계팀에서 정리하는 결제 총액 안에는 정기 구독료, 간식비, 택배비처럼 성격도 시점도 부서도 모두 다른 지출들이 한데 뒤섞여 있습니다. 회계상으로는 숫자가 정리되어 있어도, 그 안에 담긴 의사결정과 전후사정은 확인할 수가 없습니다.
막연해지는 '비용 절감' 지시
이런 구조에서 경영진의 "180만 원을 150만 원으로 줄이세요"라는 지시는 지도 없이 목적지를 찾는 일처럼 막막합니다. 목적은 분명하지만, 어떤 비용을 어떻게 줄여야 할지 판단할 근거가 없으니 실무자 입장에서는 막연함이 커지죠.
이렇듯, 기업의 지출에는 다양한 의도가 숨겨져 있으며, 이를 놓치면 실무 단계에서 여러 애로사항이 발생합니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기업들이 지출의 숨은 문맥을 파악하는 것의 중요성을 간과합니다.
전체 네러티브가 한 눈에 보이지 않고 정보가 분산되어 있으면 결국 문제를 사전에 예방하기보다는 '사후 대응'하는 구조가 형성됩니다. 앞서 말한 문제들이 조직 곳곳에서 되풀이되죠. 이것은 실무자의 문제가 아니라 운영 시스템 자체의 결함으로 인한 불가피한 현상입니다.
간접구매 영역에서 심화되는 지출관리 문제, 그리고 SpendOps
그렇다면, 이러한 구조적 비효율은 언제 가장 많이 발생할까요?
지출관리 문제는 부서나 지점별로 구매요청부터 승인, 결제, 정산, 회계까지의 프로세스가 분절되어 있을 때 가장 심화됩니다. 그리고 특히, 간접 구매(Indirect Spend) 영역에서 이런 문제들이 가장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정기 구독료, 외주 발주, 복리후생비, 소모성 자재처럼 ‘운영을 위해 반복적으로 발생하지만, 프로세스는 명확히 정형화되지 않은 지출’들은 조직이 커질수록 흐름의 단절, 기준의 불일치, 승인 지연 등의 문제를 더욱 심화시킵니다.
이러한 간접 구매 지출은 전체 예산의 15~20% 수준에 불과하지만, 전체 거래량의 80%를 차지하며 실무 부담을 과도하게 유발하는 영역으로 알려져 있죠. 건당 금액이 작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점점 커집니다.
반복되는 누락과 중복은 지출 흐름 전체의 비효율을 고착화시키고 중복 승인, 정산 누락, 예산 초과 같은 리스크를 누적시킵니다. 조직 규모가 커질수록 이 누수는 예산 전체에 더 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개념이 바로 SpendOps입니다.
그래서 SpendOps가 필요합니다
SpendOps는 작은 거래들이 모여 큰 문제가 되는 구조를 근본적으로 재설계하는 지출 전략 개념입니다. 단순한 비용 통제를 넘어, 지출 운영 전반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하고 실시간 조율 가능한 체계를 만드는 접근 방식이죠.
지출 관리를 단지 비용 절감의 목적으로만 보지 않고 구매 여정을 원활하게 만드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요청, 승인, 결제, 정산 과정으로 나뉘어있던 구매 여정이 새롭게 정의됩니다.
지출 흐름이 하나로 모일 때 생기는 변화
슬랙에서 시작된 구매요청이 ERP에서 지출내역으로 정리되기까지, 따로 움직이던 정보가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되면 무엇이 달라질까요? 가장 큰 변화는, 지출 전반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시야가 열린다는 겁니다. “얼마를 썼는가”뿐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 어떤 곳에서 지출이 발생했는지”를 함께 파악할 수 있게 되죠.
다시 말해, 이제는 지출에 담긴 의사결정의 의도와 기준까지도 데이터를 통해 드러나게 됩니다. 지출 데이터는 회계 정리를 위한 숫자에 그치지 않고 어디에, 어떤 판단 아래 비용이 사용되었는지를 보여주는 기록이 됩니다.
이처럼 SpendOps는 ‘얼마나 줄였나’가 아니라 ‘어떻게 잘 썼나’를 보여주는 프레임워크로, 기업의 지출 문화를 점진적으로 바꾸는 중요한 접근 방식입니다. 해당 프레임워크를 통해, 기업은 지출이 생길 때마다 반복되는 문제를 구조적으로 개선하게 됩니다.
SpendOps는 어떻게 작동하나요? 뜻과 원리
그래서 SpendOps가 도대체 뭘까요? 이 개념이 어떤 뜻과 원리로 구성되어 있는지 자세히 살펴봅시다.
등장배경
SpendOps는 DevOps, RevOps, FinOps처럼 기존의 분절된 기능(예: 개발–운영, 영업–재무)을 하나의 실행체계로 통합하고, 그 안에서 데이터를 기반으로 판단하는 운영 중심 사고의 확장선에서 등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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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 중심 사고의 핵심 특징 ∙ 문제를 “개별 기능 문제”가 아닌 흐름과 연결성 문제로 인식 ∙ 부서/업무의 성격 간 사일로(silo)를 해소하고, 하나의 흐름 기반으로 협업 설계 ∙ 단기 성과보다는 지속 가능한 운영 구조 개선에 집중 ∙ 데이터와 실시간 피드백 기반의 의사결정
기존의 지출 관리 방식이 요청–승인–결제–정산–분석 단계를 따로 관리하고, 결과적으로는 숫자만 보고 판단했다면, SpendOps는 이 모든 순서를 연결하고, 이해 가능한 구조로 만드는 방식이죠.
SpendOps는 ‘결과’가 아니라 ‘맥락’을 설계합니다
기존에는 승인 기준이 각기 다르고, 요청 방식은 여러 채널로 흩어져 있었으며, 정산은 수기로 취합되어 ERP에 남는 방식이었습니다. 구매 과정에서 어떤 판단이 오갔는지, 그 상황을 확인하기가 매우 어려웠어요.
SpendOps는 이 구조를 다시 설계합니다. 단지 구매를 승인하는 단계를 자동화하는 것 뿐만 아니라, 지출 결정까지의 일련의 순서를 모두 디지털화하고, 반복적으로 개선할 수 있도록 만드는 실행 틀을 만드는 전략입니다.
SpendOps의 5단계 작동 원리
조직 전체가 ‘예산을 선제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체계’를 갖게 해주는 SpendOps의 5단계의 작동원리를 하나씩 살펴볼까요?
요청 : 지출 항목과 목적을 기준에 따라 사전에 정리한 요청 템플릿 사용
승인 : 지출 유형, 금액, 부서 기준에 따른 자동 분기 승인 경로 구축
집행 : 예산과 연동된 지출 실행, 반복성 감지, 계약 조건 추적 가능
분석 : 부서별, 항목별, 시점별 지출 패턴을 실시간으로 시각화
재설계 : 병목 구간, 불필요한 반복, 기준 미흡 구간을 조직 맞춤형으로 개선
단순한 자동화를 넘어, 지출 네러티브를 디지털로
SpendOps는 지출을 단지 ‘통제’하거나 ‘줄이는’ 기술이 아닙니다. 지출을 가시화하고 판단 가능한 구조로 만드는 관점의 전환, 즉 새로운 프레임워크입니다.
여기서 핵심은, 지출 내역이라는 숫자 속에 숨어 있던 ‘판단의 흔적’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제 “무엇을 샀는가” 뿐만 아니라 “왜, 언제, 어떤 기준으로, 그 지출이 필요했는가”를 기록하고 해석할 수 있게 됩니다.
나뉘어 있던 요청, 승인, 집행, 분석 단계를 하나로 연결하고 지출 전 과정을 통합적으로 운영하면, 지출은 사후 대응이 아니라 사전에 조율할 수 있는 프로세스로 바뀌게 됩니다.
또한 SpendOps는 각 지출 과정의 연결을 가능하게 만드는 ‘지출 네러티브의 디지털화’ 전략입니다. 조직 내부에서 판단과 기준이 연결되고 나면, 예산은 단지 숫자가 아니라 방향을 가진 전략적 선택의 도구로 작동합니다.
SpendOps가 실무에서 바꾸는 것들
실무자가 직접 겪는 문제들을 ‘사람이 실수한 결과’로 보지 않고, 운영 흐름을 바꿔 해결하는 전략입니다. 따라서 지출을 단일한 네러티브로 보고, 관리하고, 개선할 수 있는 체계가 생기는 것이 SpendOps가 바꾸는 가장 근본적인 변화입니다.
SpendOps를 실무에 적용할 때 나타나는 네 가지 변화는 아래와 같습니다.
❶ 요청–승인 체계 구축
지금까지는 사람이나 부서마다 승인 기준이 다르고 수작업으로 처리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SpendOps는 이 단계들을 표준화합니다.
지출 항목별로 기준을 미리 설정하고, 승인 절차를 자동화할 수 있도록 합니다. 그 결과 중복 요청, 승인이 빠진 결제, 누락된 예산 확인 같은 문제가 줄어듭니다.
❷ 한 눈에 확인하는 실시간 예산 집행 현황
기존에는 예산을 쓰고 난 뒤 정산 시점에야 문제를 인지했지만, SpendOps를 적용하면 각 지출이 어떤 예산 범위에서 발생하는지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게 합니다.
부서별 집행 현황을 대시보드에서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초과 예산 발생 전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습니다.
❸ 반복 지출과 갱신 누락 리스크 방지
정기 구독료, 계약 갱신, 반복 발주 등은 금액은 작지만 누락 시 리스크가 큽니다. SpendOps는 이런 반복 지출을 자동으로 인식하고, 불필요하거나 방치된 지출을 제거하거나 갱신 시점을 미리 알립니다.
❹ 지출 흐름의 시각화를 통한 구조 개선
SpendOps는 지출 데이터를 분석 가능하게 만듭니다. 어떤 유형의 지출이 반복되고, 어디에서 병목이 발생하는지를 분석한 데이터는 지출 구조를 조직에 맞춰 다시 설계하는 기반이 됩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어떻게 하고 있을까? 사례 3가지
SpendOps는 지출을 운영 전략의 일부로 다루는 방식은 이미 실리콘밸리에서는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지출을 단순히 ‘결제 이후’에 처리하는 게 아니라, 요청부터 승인, 예산 집행, 분석까지의 흐름을 하나의 운영 체계로 정비하고 있죠.
지출관리 SaaS를 중심으로, SpendOps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의 사례들을 살펴보겠습니다.
1) 핀테크 유니콘 기업 Ramp | 사내에서 SpendOps팀 운영
Ramp는 법인카드와 지출 관리 기능을 통합 제공하는 유니콘기업입니다.
이들은 아예 내부에 SpendOps 전담 조직을 구성해 운영하고 있으며, 고객사에게도 같은 구조를 적용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SpendOps를 통해 지출 흐름을 예산 안에서 ‘운영’할 수 있는 체계를 완성한 것이죠.
핵심포인트 :
승인 기준을 사전에 정의하고, 요청이 자동 분기되도록 설계
예산 대비 지출 현황이 실시간으로 대시보드에 표시
반복 지출 항목은 자동으로 감지되어, 구매 타이밍과 비용을 최적화하고 불필요한 정기 결제를 차단
2) Tropic – SpendOps 사고방식을 고객에게 전파
Tropic은 시리즈 B 단계의 IT 벤더 계약 및 조달을 관리하는 SaaS 스타트업입니다. 2024년에는 전년도 대비 90% 성장했죠. 이들은 SpendOps 개념을 적극 도입해 고객사의 분산된 지출 단계를 중앙에서 통합 관리할 수 있도록 가이드하고 있습니다. SpendOps는 고객사에게 일종의 ‘전략 프레임워크’가 되어줍니다.
핵심포인트 :
지출 요청을 한 곳에서 모아 기준에 따라 처리
벤더 계약, 갱신, 협상 흐름을 데이터 기반으로 자동화
정형화되지 않은 반복 요청을 체계적으로 통제
3) Airbase | 승인부터 분석까지 하나의 단계로 통합
Airbase는 샌프란시스코 지역에 위치안 400명 규모의 스타트업입니다. 이들은 SpendOps라는 용어를 명시적으로 사용하진 않지만, 그 철학을 일관되게 구현한 플랫폼 중 하나입니다. Airbase는 SpendOps를 단순 통제 도구가 아닌, 지출을 ‘전략적 의사결정’의 흐름으로 바꾸는 시스템으로 구현합니다.
핵심가치:
조직 구조에 맞춰 ‘요청 → 승인 → 결제 → 분석’까지 한 사이클 안에서 자동화
사용률이 낮은 지출 항목은 시스템이 자동 분석해 플래그 표시
모든 지출 항목을 분류·리포트화해서 운영 개선에 활용
이처럼 SpendOps는 이미 여러 글로벌 SaaS 기업들이 고객 운영에 실질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전략적 개념입니다. DevOps가 프로덕트 개발 환경을 바꿨듯, SpendOps는 사후/지출 후에 비용을 관리하던 운영방식에서 실시간으로 지출 네러티브를 확인하고 관리하는 방식으로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SpendOps, 우리 조직에서도 가능할까?
SpendOps는 좋은 전략이지만, 그럼에도 "우리 조직에는 아직 시기상조 아닐까?" 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제도도 없고, 시스템도 없고, 여전히 엑셀과 수기로 처리되는 업무가 많은 현실에서 SpendOps는 너무 앞선 이야기처럼 느껴질 수도 있죠.
하지만 SpendOps는 거창한 시스템이나 특정 SaaS 툴의 이름이 아닙니다. 비용 운영 방식을 전략적으로 재설계하는 프레임워크입니다.
요청–승인–결제–분석이라는 지출 흐름을 “부서 단위가 아닌 운영 흐름으로 묶어보자”는 시도를 통해 시작할 수 있어요.
이런 항목에 공감된다면, SpendOps가 필요한 조직입니다.
아래 항목 중 몇 가지 내용이 해당되는지 확인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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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ndOps 필요성 체크리스트 ☑️ 지출 요청이 사람마다, 부서마다 다르게 올라온다 ☑️ 승인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 예산 초과는 늘 '사후에' 알게 된다 ☑️ 정기 결제·계약 갱신을 종종 놓친다 ☑️ 같은 품목을 여러 부서가 중복 구매한 적이 있다
이 중 두세 가지만 해당되더라도, SpendOps는 당장의 개선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구조적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복잡한 시스템을 도입하지 않더라도, 먼저 기준을 정하고 지출 프로세스를 정돈하는 것부터 시작해보세요. 지출 과정을 재설계하려는 의지만 있다면 어떤 조직이라도 바로 적용할 수 있습니다.
다음편 예고
그렇다면, SpendOps는 실제로 비용 절감효과가 있을까요? 다음 콘텐츠에서는 SpendOps를 도입한 기업들이 어떤 구조적 변화를 만들었고, 실제로 어떤 비용 절감 효과를 냈는지 실제 사례를 중심으로 소개합니다.
3편: SpendOps로 판관비 절감, 정말 가능할까?
4편: 우리 조직에도 SpendOps가 가능할까요?
5편: 실무자가 말하는 SpendOps
6편: SpendOps를 실현하는 도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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